“교육 내적인 문제의 해법: 영어 콘텐츠의 과학화”
<허술한 일본식 문법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현재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콘텐츠 → 진단 → 처방’의 3단계에서 1단계에 해당하는 조직적 콘텐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근본 문제/내적인 문제입니다. 코치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아마추어 코치가 낫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60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대 언어학의 수준을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변형생성문법(transformational generative grammar), 인지문법(cognitive grammar), 코퍼스언어학(corpus linguistics), 영어발달사(history of English grammar)는 구조(형식), 의미(내용), 통계(빈도), 역사(기원)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언어학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우리는 이제 현대 언어학의 놀라운 성과물을 기반으로 영어교육을 조직화/객관화/과학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 우리에게 탁구를 가르쳐 준 ‘친절한 동네 형’을 떠올려 보십시오. 프로 코치가 없다면 동네 형을 탓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 교육에서 채택하고 있는 품사 문법/5형식 체계는 100년도 더 된 일본식 문법인데 이것은 현대언어학이 발전하기 훨씬 전에 우리 교육에 이식된 허술한 아마추어의 논리입니다.
문제점은 이 구식 체계가 문장과 단락을 만들 수 있는 이론이 아니기에 영어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기본기를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현대 언어학의 체계와 논리가 있는 상태에서 지금의 진단/처방도 되지 않는 구식 콘텐츠를 옹호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언어학이 발달한 시대에 초일류의 프로 코치를 외면하고 100년도 더 된 일본식 문법과 교수 방법을 고수하는 것은 컴퓨터가 보급된 지 수십 년이 흘렀는데도 타자기가 전통이니 써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마추어(일본식 문법)와 프로(현대언어학)의 차이는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동네 형도 우리에게 친절하게 포핸드 롱(forehand long)부터 가르쳐 주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사실 라켓 쥐는 법부터 기본 동작까지의 모두가 정식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그 형의 도움으로 우리가 탁구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형 때문에 일정 수준 이후로는 탁구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포핸드 롱의 기본자세가 잘 못 되면 포핸드 탑스핀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이후에 백핸드와의 연결 동작도 문제가 생깁니다.
모든 운동의 핵심은 제대로 다듬어진 기본 동작들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초반에 핵심 부품을 정확하게 조립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기계가 멈추듯이 전체를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기본 동작들은 그 자체로는 괜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후의 응용 단계에서 서로 연결되지 않기에 실력은 그곳에서 멈추어 버립니다. 아무리 훈련을 해도 더는 실력이 늘지 않을 때 학습자는 한계를 느끼고 포기하게 됩니다.
현재 우리 영어교육 콘텐츠(일본식 문법)의 수준은 동네 형이 가르쳐주던 주먹구구식의 탁구와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영어가 늘지 않는 원인은 학습자의 역량이 아니라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데이터가 쌓이지 않는 허술한 학습 콘텐츠에 있습니다.
현대 언어학은 우리에게 진단→처방이 가능한 조직적인 콘텐츠를 주었고, 지금은 이를 이용해서 국제질병분류(ICD)와 같은 체계적인 진단 분류표를 공유하며 영어교육을 객관화/과학화해야 할 때입니다. 즉, 일본식 구식 타자기를 버리고 현대 언어학이라는 컴퓨터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근본 문제/내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입니다.
“교육 외적인 문제의 해법: 개인맞춤형 수업”
<티칭이 아니라 코칭으로의 전환!>
요즘 유행하고 있는 “티칭(teaching)이 아니라 코칭(coaching)” 혹은 “티칭을 넘어 코칭으로”라는 말은 우리 교육의 외적인 문제, 즉, 수업 형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티칭이 아니라 코칭’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가르치는 것에서 벗어나 학습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추어 질문하고 독려하고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교육의 주체를 선생님에서 학습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티칭이 아니라 코칭’은 저마다 수준과 학습 속도가 다른 개별 학습자에게 맞추어서 수업을 진행하는 개인맞춤형 수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개인맞춤형 수업은 어떤 학습자도 버림받지 않는 ‘교육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실현되는 이상적인 수업 모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상적인 수업 형태가 과연 지금의 실제 교육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것은 그냥 구호에 불과한 미래의 이야기일까요?
교육의 외형인 수업 형태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교육 서비스의 대표인 학교/학원 수업을 떠올려 봅시다. 학교에는 한 교실에 최소 스무 명이 넘는 저마다 다른 수준의 학생들이 앉아 있습니다. 수학으로 이야기한다면 인수분해에서 학습이 멈춘 학생과 함수에서 멈춘 학생과 적분까지 끝낸 학생이 한 교실에 아무렇게나 섞여 있는 모습입니다. 이 천차만별의 학생 중 누구에게 맞추어서 학습 수준과 속도를 결정해야 할까요? 요즘 실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한 교실에 2명의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는 협력교사제도 위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면 중고등부에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학원은 보통 8명 정도로 한 학급을 제한하기에 학교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정보만으로 판단할 때는 똑같아 보이는 소비자들(고객 A, 고객B)도 실제로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똑같은 점수의 학생들도 학습이 멈춘 부분과 학습 수준/학습 스타일/학습 속도는 제각각 다릅니다. 가령, 여기에 점수가 70점인 학생이 5명있습니다. 하지만 이 5명은 영어의 3가지 영역인 조직력/독해력/어휘력에서 강하고 약한 부분이 저마다 다르고, 조직력만 보아도 문장패턴에서 학습이 멈추었는지 전치사구에서 멈추었는지 절에서 멈추었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전체를 합친 점수가 같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영어교육은 점수/등급만 보았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약점과 학습이 멈춘 부분이 전부 다르고 학습 스타일과 학습 속도도 천차만별인 것입니다. 이는 1:20에서 1:8로 학생 수를 줄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설령 학생의 약점과 학습이 멈춘 부분을 찾아낸다 해도 한 개인에게 맞추어서 그 약점을 보강해 줄 수 없다는 점에서 학원도 학교와 다르지 않습니다.
3가지 교육 서비스(학교/학원/과외) 중에서 개인맞춤형이 가능한 유일한 형태는 과외입니다. 과외는 개인의 수준에 맞추어 학습 진도와 학습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약점이 파악되면 그 부분을 바로 보강해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외는 2, 3명 이상을 동시에 가르치기 어렵기에 학습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고 장기적으로는 엄격한 규율과 관리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교습자와 학습자의 타협이 쉽게 일어나면서 금방 매너리즘에 빠지고 학습 리듬이 깨지기 쉽습니다. 또한 학생의 객관적인 평가가 안 되기에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고 전적으로 교습자의 역량에 모든 것을 일임해야 하는데 교습자의 수준이 검증되거나 객관화되지 않기에 소비자로서는 교습을 맡기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입니다.
그렇다면 과외의 이러한 단점들을 해결하고, 과외의 개인맞춤형이라는 학습 형태적 장점을 학교나 학원에서도 살리는 것이 가능할까요? 물리적으로 1:20이나 1:8의 학교나 학원이 1:1이나 1:2의 과외 형태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티칭 부담을 덜어주고 교습 프로세스를 분산한다면” 학교나 학원도 개인맞춤형 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