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당뇨병: 아무리 많이 먹어도 허기가 진다”

<학습량이 아니라 학습 효율성이 문제다>


대한민국의 한이 되어버린 반쪽영어!” 왜 우리는 그토록 오랫동안 영어 공부에 매달렸는데도 결국 우리의 영어는 제대로 써먹을 수도 없는 시시한 반쪽영어가 되고 말았을까요?

 

당뇨병은 인슐린(호르몬)에 문제가 있어서 세포가 핏속의 포도당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대사 질환입니다. 문제는 포도당으로 에너지(ATP)를 만들지 못하기에 아무리 많이 먹어도 곧 심한 공복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포도당 대신 체지방과 단백질을 쓰게 되어 체중은 감소합니다. 즉, 많이 먹지만 계속 공복감에 시달리고 오히려 체중은 감소하는 에너지의 극단적 비효율성이 당뇨병입니다.

 

영어학습의 극단적 비효율성!”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우리가 영어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 양은 절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영어는 무엇 하나 제대로 써먹을 수 없는 ‘문법/영작/듣기/말하기/읽기’가 전부 따로 노는 반쪽 영어로 귀결됩니다. 이는 계속해서 많이 먹지만 여전히 허기가 지고 체중은 감소하는 에너지 비효율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극심한 영어 당뇨병에 걸려 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많은 양의 학습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학습자들의 의지 부족을 탓하지만 사실 우리 교육의 진정한 문제는 ‘학습자들이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먹은 것을 제대로 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에 있습니다. 즉, 우리 영어교육의 문제는 학습량이 아니라 학습 효율성에 있습니다.

“왜 학습 효율성이 떨어지나?”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영어교육이 앓고 있는 영어 당뇨병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영어 데이터가 우리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방출되기 때문입니다. ‘관사’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왜 우리는 관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까?” 영어의 관사는 정관사(the)부정관사(a), 그리고 관사를 쓰지 않는 zero관사의 3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8품사를 배웠지만 관사는 이상하게 이 8가지 품사에 속하지 않습니다. 즉, 관사를 어떤 품사에 분류해야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또한, 우리는 관사의 사용법(usage)을 구별해서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관사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명사의 셀 수 있음/없음이라는 특성부터 먼저 알아야 하는데 우리 교육에서는 명사의 가산성(countability)에 대한 설명과 훈련 체계가 허술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관사 쪽으로 나아갈 수도 없습니다.

 

 

그 결과는 어떠할까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서 유학을 하는 학생들도 관사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초중고와 대학을 거치며 무려 10년 이상 영어 데이터가 들어왔는데도 학습자의 대부분이 기본적인 관사도 명사에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는데 정작 아이스크림은 주지 않고 빈 아이스크림 상자만 몇 개씩 쥐여준다면 어이없을 것입니다. 학습자의 수준과 맞지 않는 시험, 오직 등급을 나누기 위한 시험만 있고 영어 학습의 진정한 목적인 영어 문장/단락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와 훈련 프로그램은 없다는 것이 현재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영어 당뇨병의 근본 원인은 분류함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관사’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학습에서 개념’ 정립이 안 되면 데이터 축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관사에서 알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정관사(the)를 쓰고, 어떤 경우에는 부정관사(a)를 쓰는지, 어떤 경우에는 관사(zero 관사)를 쓰면 안 되는지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으면 10년 넘게 관사에 대한 데이터가 들어와도 우리는 여전히 그 사용법을 알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인수분해 공식을 모르는데 끊임없이 인수분해 문제를 접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즉, 어떤 정보가 자신에게 의미 있는 데이터가 되려면 그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개념의 틀, 즉,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분류함이 마련되어져 있어야 합니다.


 

 


이는 아무리 많은 포도당이 핏속을 떠돌아도 인슐린이 없어서 세포의 문을 열어주지 못하면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영어 데이터를 우리 머릿속에 끌어들이고 고정할 정보의 분류함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이것이 갖추어져야 텍스트리메이킹이 가능합니다. 즉, 데이터를 우리 머릿속으로 끌어올 영어 분류함이 마련되어야 비로소 텍스트를 복구할 힘을 가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