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초영어/섀도잉도 효과가 없을까?”

<암기 vs 텍스트리메이킹>

어떤 운동을, 가령 탁구나 수영이나 복싱을 처음 배운다고 생각해 봅시다. 처음에는 재미있어 부지런히 탁구장이나 수영장이나 복싱장을 다니지만 언제부터인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더는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실력이 늘지 않으니 흥미가 떨어집니다.

 

왜 특정 시간이 지나면 운동이 늘지 않을까?” 운동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를 우리는 자신의 자질이나 노력을 탓하지만 사실, 문제의 대부분은 훈련 과정에 있습니다. 가령, 라켓 쥐는 법부터 잘못되었거나 스텝이나 기본적인 동작에 문제가 있습니다. 운동에서 편법이란 정해진 방식이 아니라 자신에게 손쉬운 방식을 택하면서 기본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뜻합니다. 편법의 문제점은 그 심각성이 당장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초반에 핵심 부품을 정확하게 조립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기계가 멈추듯이 편법으로 만들어진 동작들은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후의 응용 단계에서 서로 연결되지 않기에 실력은 그곳에서 멈추어 버립니다. 편법은 우선은 간편해 보이지만 뒤에는 걸림돌이 됩니다.

 

중고등부의 내신시험과 수능시험, 대학에서의 토익이나 공무원시험 등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학습자의 대부분은 영어 공부 자체가 즐겁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영어 학습이 우리에게 고통이었던 이유는 학습량만큼 실력이 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언제부터인지 영어 데이터가 축적되고 응용력이 생긴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영어 실력은 어느 순간 멈추어버렸을까요? 우리가 학습 방법에 주로 사용했던 방법이 암기라는 편법이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우리는 시험 영어에 대비하기 위해 교과서나 문제집을 외우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첫 단추가 암기였기에 자연스레 학창 시절 내내 암기 위주의 공부로 일관했습니다. 그 결과는 ‘문법/영작/듣기/말하기/읽기’가 전부 따로 노는 반쪽 영어입니다.

 

암기의 덫!” 성인이 되어 기초 영어부터 다시 출발하는 분들도 특정 상황에 쓰는 영어 표현은 많이 암기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문장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문제에 부딪힙니다. 넷플릭스에서 대본을 받아서 따라 읽기(섀도잉)를 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분명히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 끈기 있게 끌고 나가기가 어렵고 뭔가 헛도는 기분이 계속됩니다. 역시 기계적인 암기라는 방법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암기나 암송이 나쁜 학습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에 반드시 선행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영어의 데이터가 습득되고 축적되려면 정보의 조직화(organization)가 먼저 일어나야 합니다. 즉, 영어 데이터가 쌓이려면 들어올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쌓을 수 있는 정보의 분류함이 먼저 머릿속에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 과정을 운동에 비유하면 기본기(基本技)에 해당합니다. 탁구나 수영이나 복싱 실력이 훈련량에 비례하여 늘려면 그 훈련들이 쌓일 수 있는 기본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라켓을 제대로 쥐지 못하거나 스텝 밟는 법도 모르는 사람이 다양한 동작을 연결하면서 힘의 완급을 조절하는 운동 메커니즘의 3단계까지 바로 갈 수는 없습니다. 1단계와 2단계의 기본기가 안 된 사람은 아무리 많은 암기를 해도 데이터가 쌓이지 않고 자신이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응용의 단계까지 갈 수 없습니다.

 

텍스트리메이킹(text-remaking)은 텍스트를 2, 3번 크게 소리 내어 낭독하고 그 문장을 다시 복구하는 훈련입니다. 텍스트리메이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장 논리 혹은 문장 리듬을 확인하면서 그 틀 위에서 텍스트를 복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계적인 암기와 다릅니다. 이는 습득(acquisition)→강화(consolidation)→인출(retrieval)의 학습 단계에서 1단계와 2단계에 해당하는 체계적인 분류함영어 문장을 만들 수 있는 논리를 기반으로 합니다. 반면, 암기는 단계를 거치면서 데이터가 습득/강화되는 학습 방식이 아니기에 3단계의 응용력으로 이어질 수가 없습니다.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분류함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문장기호 ABC는 텍스트리메이킹을 할 수 있는 기반 혹은 기본기를 만들어줄 프로그램입니다. 여러분이 문장기호 ABC를 통해 확실한 정보의 분류함을 만든다면 이후 텍스트리메이킹을 통해 데이터의 축적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기본기가 갖추어지면 훈련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정보가 축적되면서 점점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응용력이 생기는 것을 스스로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문법 따로, 영작 따로, 독해 따로’의 반쪽 영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론입니다.